시장이 공정하다고 주장할 때 제시하는 유력한 근거는 이른바 시장의 원리를 바탕으로 한 상호 이익으로서의 정의입니다.
시장의 원리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요?
시장과 관련하여 경제학자들이 얻어낸 한 가지 중요한 통찰은 시장에서 벌어지는 현상들은 일종의 법칙의 지배를 받는다는 점입니다.
서울의 남대문시장, 동대문시장에서 보듯이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시장은 무척이나 시끄럽고 번잡하며 난장판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가운데에서 시장 나름대로의 질서와 조화가 있습니다. 상품별로 수요와 공급이 대충 맞아떨어지는 질서,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 사이의 상충된 이해가 적당히 절충되는 조화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 질서와 조화의 뒤에는 이를 연출해내는 그 어떠한 법칙이나 원리가 존재합니다.
이것을 시장의 법칙이라고도 하며 시장의 원리라고도 합니다. 경제학의 시조로 추앙되는 애덤 스미스는 이것을 보이지 않는 손이라고 말했습니다.
시장의 특징은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요약이 됩니다.
1. 거래를 통한 상호이익 증진의 원리
- 무언가 이익이 있어야 사람들은 거래를 합니다. 그러므로 시장에서 거래를 했다는 것은 거래 당사자 모두에게 이익이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사람들은 제각기 자기 이익만 생각하고 시장에 나가지만 결과적으로 모두의 이익이 증진됩니다. 100만 명이 시장에서 거래를 하였으면, 100만 명 모두의 이익이 증진됩니다. 시장은 사람들이 제각기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가운데 모두의 이익이 저절로 증진되게 만드는 제도적 장치라는 것이 경제학의 핵심적 메시지입니다. 경제학자들은 우리 사회의 문제를 되도록이면 시장에서처럼 자발적 거래를 통한 상호이익 증진의 원리에 따라 풀어갈 것을 요구합니다. 윈-윈 게임으로 풀어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2. 경쟁의 원리
- 경쟁이 있어야 좋은 상품이 생산되며 서비스의 질도 높아지고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게 됩니다. 불로소득이니 특혜니 부당이득이니 하는 것들이 대부분 경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때 생기는 병폐입니다. 경쟁이 제대로 되어야만 시장에서 가격이 가격으로의 구실을 하게 되며 결과적으로 한정된 인적, 물적 자원들이 적재적소에서 잘 이용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경제학자들은 공직 사회와 교육기관에서도 경쟁의 원리를 본격적으로 도입할 것을 요구합니다. 그래야만 간료 체제의 효율이 높아지고 교육 수준도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경쟁을 하다보면 자연히 무능한 사람이 눈에 띄게 되며 좋지 않은 제도도 드러나게 됩니다. 그래서 경쟁은 나쁜 것을 솎아 내는 아주 중요한 사회적 기능을 수행합니다. 이것이 경제학자들 중에서도 보수 성향 경제학자들이 아주 즐겨 하는 주장입니다.
3. 경제적 인센티브 원리
- 시장은 돈으로 상과 벌을 주는 상벌 체제의 일종입니다. 이 금전적 상과 벌이 곧 모든 경제활동을 조절하는 경제적 인센티브가 됩니다. 공무원과 교육자들에게도 성과급 제도를 적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경제학자들의 주장은 공직 사회와 교육기관에도 경제적 인센티브를 불어넣자는 뜻입니다.
이러한 시장의 원리가 작동하면 자본주의 시장은 크게 두 가지 혜택을 낳습니다.
그 하나는 물질적 풍요이며 다른 하나는 풍부한 선택의 자유입니다.
물론, 이 두가지 혜택이 제대로 발생하기 위해 시장이 완전경쟁시장이어야 합니다.
자유경쟁이 잘 보장된 시장에서는 모든 상품에 걸쳐 다수의 판매자와 다수의 구매자가 자유롭게 거래하기 마련입니다. 다수의 판매자가 있으므로 각자의 소비자는 어떠한 특정 판매자의 횡포에 시달릴 필요가 없이 자유롭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가게에 억지로 드나들 필요가 없고 마찬가지로 다수의 구매자가 있는 까닭에 각 판매자는 어떤 특정 구매자의 변덕에 얽매일 필요가 없이 자유롭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손님에게 팔지 않으면 그만입니다.
시장은 폭넓은 다양성을 인정합니다.
같은 구두라도 온갖 다양한 모양과 색깔로 소비자들의 다양하고 까다로운 구미를 최대한 충족시켜줍니다. 빨간 구두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빨간 구두를 하얀 구두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하얀 구두를, 까만 바탕에 하얀 줄무늬가 있는 구두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정확하게 그런 구두를 공급합니다.
이러한 점에서 시장은 정치권과 사뭇 다릅니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 60% 이상이 싫어하고 반대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서 그 60% 이상의 다수에게 감 놓아라 배 놓아라 호령하는 작태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납니다.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 모두가 마음에 안 들어서 아예 기권해버린다고 해도 달라질 것이 없습니다. 최다 득표를 한 그 누군가가 당선되어서 국회의원 행세하는 모습을 4년 간이나 참고 견뎌야 합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날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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